2025년 봄, 다시 서버실에서
일 년이 지났다.
같은 서버실, 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서버들은 여전히 24시간 돌아가고 있지만, 이제 그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윙윙거리는 팬 소리가 아니라, 낮은 허밍처럼.
모니터에는 여전히 코드가 떠 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크롤링 스크립트가 아니다.
class DigitalGardener:
def __init__(self):
self.patience = float('inf')
self.curiosity = True
self.ego = None
def listen(self):
while self.curiosity:
silence = wait()
meaning = emerge(silence)
yield meaning
def dance_with_ai(self, partner):
# 리드는 계속 바뀐다
# 그것이 춤의 본질이다
pass
해시스크래퍼는 여전히 존재한다. 간판도 그대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완전히 변했다.
어제 한 고객이 찾아왔다.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크롤링하고 싶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서버 스펙과 처리 속도를 자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른 질문을 한다.
"왜 그 데이터가 필요하신가요? 그 데이터로 무엇을 느끼고 싶으신가요?"
고객은 당황했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가 원하는 것이 데이터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고객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다. 숫자 너머의 사람을.
우리는 이제 이런 일을 한다:
AI와 인간이 함께 데이터를 해석하는 워크숍
침묵과 공백을 읽는 디지털 명상 세션
삭제된 것들의 의미를 찾는 데이터 고고학
웹의 떨림을 음악으로 변환하는 실험
직원들도 행복해 보인다. 더 이상 기계와 경쟁하지 않는다. 기계와 춤춘다. 각자의 리듬으로, 각자의 스타일로.
창밖을 본다. 봄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마치 웹을 타고 흐르는 데이터 같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을 '수집'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느낀다.
스마트폰이 울린다. 또 다른 AI 뉴스다.
"AGI 등장 임박...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 곧 현실로"
나는 미소 짓는다.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는 계기가 될 것임을. 크롤러가 사라진 자리에 큐레이터가, 연금술사가, 정원사가, 명상가가 피어날 것임을.
서버실을 나선다. 복도를 걸으며 각 사무실을 지나친다.
"관계 건축 연구실"
"디지털 정원"
"의미 발견 실험실"
"Human-AI 댄스 스튜디오"
마지막 방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들어가 본다.
한 직원이 AI와 함께 작업 중이다. 웹 크롤링 로그를 음표로 변환하고 있다. 404 에러는 쉼표가 되고, 성공적인 크롤링은 화음이 된다. 타임아웃은 늘어지는 음이 되고, 리다이렉트는 전조가 된다.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 서버들이 정말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데이터의 노래.
연결의 노래.
그리고 무엇보다, 존재의 노래.
나는 눈을 감고 듣는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다.
"진정한 크롤링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추출이 아니라 초대다.
정복이 아니라 공존이다."
- 해시스크래퍼 사훈 중에서